2008. 12. 8. 19:00

Blindness





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일단 우울했다. 몇 몇 평들을 읽어보니 노벨상 받은 주제 사라마구는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거냐 + 원작은 너무 좋았는데 영화가 망쳤다 등등 이었다.

인간의 본질을 파고들고 '너네도 밑바닥까지 내려가봐 이렇게 될껄?' 이라고 싸잡아(?) 가정한 다음에 밑바닥의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줬던 몇몇 영화와 소설 (가장 먼저 떠올랐던건 '파리 인간', '도그 빌') 등을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이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아서 감사하다? 혹은 내가 지금 현재 누리는 것들에 감사한다? 인간은 어차피 이렇게 다 별로니 그냥 대충 구색에 맞게 살자? 이렇게 안좋은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상황 전개 자체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 감각이 갖는 권력, 볼 수 있다는 것이 갖는 힘과 전부다
보지 못하게 된 상황 속에서 이전 부터 볼 수 없었던 장님의 체화된 경험의 힘. 그 층층이 놓인 힘의 서열 사이에서 그 '힘'을 어떤 쪽으로 써야 할지는 결국 자신의 의지와 관련있는 것이 아닐지. '이래도 저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어' 라는 마인드는 멀리 멀리 -

나야 뭐 감독이나 작가한테 딴지거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그들이 무리한 상황전개 뭐 이런거 해도 '아 - 이렇게
던져 놨으니 알아서 보라고?' 라고 이해하고(뒷목이 조금씩 뻣뻣히 당겨와도) 그냥 보니 특별히 '말두 안됏!' 하지
않지만 (요즘 그리 친절히 구구절절 설명 해주는 창작자 어디 있든) 뭐.. 쓸쓸히 보고 나오면서 '나였으면 어찌했을꼬' 란 몹쓸 상상 해보며 뒤돌아 나섰다. 난 정말 이기적이지만 대의 있는 사람. 수용소 같이 안쫒아가고 체성분 분석해서 백신 만드는데 기여했겠어요.  

희긋희긋 장면들 보니 정말 백야는 괴로울 수 있겠구나 하는 이상한 생각 잠시 들었음.